개인적으로 장강명 작가 작품들을 굉장히 좋아한다. 특유의 냉소적이면서 현실적인 말투가 매력적이다.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너무 아픈 곳을 '쿡쿡' 하고 찌르는 것같아 아프면서도 시원하고 개운하다. 저녁있는 삶을 갖고 싶어 공무원 준비를 하고 여러번 고배를 마시면서도 꿋꿋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지내는 모습. 왜인지 낯설지 않다. 그만큼 자주 볼 수 있고 실제 그런 생활을 하고 있으며 내 친구들도 같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역사를 배우면서 식민지 시대에 태어난 독립운동가들-전쟁으로 황폐해진 나라를 일으키기 위해 열심히 일한 영웅들-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민주주의 영웅들 등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선조들은 그 시대의 과제가 있었지만 내가 사는 시대는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이 이루어진 어른들 말대로 '살기 좋은 세상'인데 과연 우리 세대는 그냥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걸까. 라고 말이다. 그래서 이 책에선 외모,학벌,재력 모두 갖춘 세연이라는 인물이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고 와이두유리브닷컴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젊은이들로 하여금 자살 선언을 하게 만든다. 연속적인 극단적 선택을 통해 우리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서이다. 나는 이걸 보고 '배부른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살기 좋은 세상에 살면 큰 복인데 굳이 시대적 사명을 띠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난 큰 오류를 범한 것 같다. 그 전제는 '위대한 세상'인데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위대한 세상'이 아니였음을 요즘 절실하게 실감하고 있다. 자기 세대의 서러움을 껴안으려는 젊음의 열망은 시대의 더러움을 제거하려는 의지로 나타났고 이를 오염에 대한 표백의 시도라고 작가는 표현했다. 표백세대의 노력으로 우리나라가 깨끗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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