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 위에 잠자는 시민이 되지 말자고요!"

 

예전에 도서관 아르바이트할 때 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다. 판사가 소설을 썼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미스 함무라비'라는 책 제목 네이밍 센스 또한 재밌게 느껴졌다.

문유석 판사는 미스 함무라비말고도 '개인주의자 선언', '판사유감'과 같은 서적을 저술하여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막연한 판사의 이미지를 현실적으로 알기 쉽게 소개해주었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건 바로 '문체'. 깔끔하면서도 유머러스한 것이 참 읽기 편하다. 어려운 법정 용어임에도 술술 읽히는 것이 참 대단한 능력 아닐까.//

문유석 판사의 코멘트도 재밌다.

"예외가 아니라 평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가 사회를 규정한다. 덴마크·노르웨이라고 성범죄가 없겠으며 가정폭력이 없겠는가. 그 사회의 평균과 상식이 앞서 있기에 부러워하는 것이다. 악의 없이 준 상처라는 말은 변명이 못된다. 세상의 죄 대부분은 악의가 아니라 무지에서 비롯된다. 더불어 살려면 타인의 입장을 알 의무가 있다. 옛날에 비하면 훨씬 좋아졌는데 배부른 소리라는 말을 들으면 반문하게 된다. 아니 원시시대보다 훨씬 안락한데 토굴에 살지 집은 왜 구하시나. 예전보다 좋아졌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 우리는 매순간 현재를 산다. 평등을 넘어 역차별 시대라고 소리 높이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판사의 삶은 '기록을 보는 삶'이라고 비유한 것도 흥미로웠다. 기록 더미 속에서 진실의 희미한 흔적을 찾아가는 일상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판사를 상징하는 물건은 '골무'로, 그 골무가 일년에 두세개씩은 닳아 찢어질 때까지 많은 사건 기록들을 넘겨가며 읽는다고 한다.

 이 책에서 난 박차오름 판사가 가장 마음에 든다. 당차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가장 잘 보여줘서겠지만, 현실에선 '평정심을 잃기 쉬운 판사'라고 낙인찍히기 쉬운 인물이기도 하다. 상처가 많은 만큼 누구보다도 더 좋은 판사가 될 수 있었던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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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룡뇽:D 2017. 12. 1. 02:07

  이 책 엄청 재밌다. '착한 사람 병'걸린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남들에게 싫은 소리하지 못해 돌려돌려 말하다가 결국 손해보고 자기가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 그런 분들에게 추천드린다. 작가가 고독하고 소심한 유년기를 보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심한 사람들이 아는 그 특유의 고민거리와 사소한 걱정들, 불안한 심리를 너무 잘 표현해줘서 웃프다랄까..

  그런 사람들에게 빵집에 들어가서 주문 사항을 3번씩이나 바꾸고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온다거나 택시기사 아저씨가 하는 말을 반대로 말한다거나 그런시도는 꿈도 꾸지 못할 것들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삶을 포기하려고 할때 듀브레유를 만나 거절하지 못할 딜을 하게 되어 실제로 그러한 시도를 하면서 자신감을 찾아간다. 한 번 읽어보면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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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룡뇽:D 2016. 11. 14. 01:16

  개인적으로 장강명 작가 작품들을 굉장히 좋아한다. 특유의 냉소적이면서 현실적인 말투가 매력적이다.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너무 아픈 곳을 '쿡쿡' 하고 찌르는 것같아 아프면서도 시원하고 개운하다. 저녁있는 삶을 갖고 싶어 공무원 준비를 하고 여러번 고배를 마시면서도 꿋꿋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지내는 모습. 왜인지 낯설지 않다. 그만큼 자주 볼 수 있고 실제 그런 생활을 하고 있으며 내 친구들도 같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역사를 배우면서 식민지 시대에 태어난 독립운동가들-전쟁으로 황폐해진 나라를 일으키기 위해 열심히 일한 영웅들-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민주주의 영웅들 등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선조들은 그 시대의 과제가 있었지만 내가 사는 시대는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이 이루어진 어른들 말대로 '살기 좋은 세상'인데 과연 우리 세대는 그냥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걸까. 라고 말이다. 그래서 이 책에선 외모,학벌,재력 모두 갖춘 세연이라는 인물이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고 와이두유리브닷컴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젊은이들로 하여금 자살 선언을 하게 만든다. 연속적인 극단적 선택을 통해 우리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서이다. 나는 이걸 보고 '배부른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살기 좋은 세상에 살면 큰 복인데 굳이 시대적 사명을 띠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난 큰 오류를 범한 것 같다. 그 전제는 '위대한 세상'인데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위대한 세상'이 아니였음을 요즘 절실하게 실감하고 있다. 자기 세대의 서러움을 껴안으려는 젊음의 열망은 시대의 더러움을 제거하려는 의지로 나타났고 이를 오염에 대한 표백의 시도라고 작가는 표현했다. 표백세대의 노력으로 우리나라가 깨끗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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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긴 또 얼마나 지루한지 알아요?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얘기를 해요. 인터넷에 올라온 똑같은 화제. 똑같은 TV 프로그램, 똑같은 드라마. 모든 것이 공유되고 있다고요. 매일 누군가의 생각이 복사되고 또 복사되고. 이젠 스스로 생각하는 거조차 귀찮아요."

"당신을 쭉 지켜봐왔어요"

 "기억나? 정말 이런 것들이 나오면 완벽한 유토피아가 될 줄 알았지. 공해 없이 달리는 전기자동차가 나오는 세상은 완벽했어. 그런데 전기자동차가 돌아다니고, 액자보다 얇은 TV를 보고, 빌어먹을 영상통화 휴대폰을 쓰는데도 세상은 달라진 게 없잖아" 호제가 말한다. " 매일같이 죽어나고, 불타고, 무너지고 있지. 아무도 행복해하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않아." 내가 말한다. " 우리는 21세기가 유토피아가 될거라고 철저하게 교육받았지. 완벽하게 속은 거야."

"21세기는 우릴 배신했어."

#20세기소년 #박형근작가 #한국형 조지오웰의1984 #스트레이트펑크록 #우린 관 속에서도 로그인할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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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룡뇽:D 2016. 5. 17. 20:46
처음엔 타임리프 소설이라는 것에 이끌려서 읽었다. 워낙 마법이나 초능력 같은 SF적 소재들을 좋아해서;; 간략히 말해보자면 이 소설은 내가 좋아하는 소재인 첫사랑,타임리프,부적,운명,미스테리 등등의 요소는 다 등장하지만 그 연결고리가 다소 억지스러운 느낌이 있어서 읽은 뒤 상당히 찜찜했다. 내가 이해를 잘 못했나 싶어 다시 읽어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북리뷰도 살펴봤는데 다른사람들도 그렇게 느꼈다는 평이 있는걸로 보아 내가 잘못읽은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다.

>>영화가 끝나고 희미한 실내등이 켜짐과 동시에 엔딩 크레딧이 유유히 올라갈 때 사람들은 영화가 끝났음을 알지만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한동안 영화의 여운에 젖어든다. 그러나 엔딩 크레딧마저 끝나고 실내등이 환하게 밝아지면 스크린에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고 우리는 이제 영화관에서 서둘러 나가야 된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텅 빈 객석과 군데군데 버려진 쓰레기들은 이제 현실로 돌아가야 되는 시간이 왔음을 알리는 주황색 점멸 신호등이다.

세은이와의 마지막 통화는 꼭 그런 느낌이었다. 짧은 통화가 끝나자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 회색 스크린을 보는 것 같았다. 이제 그녀와는 더 이상만나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고 그러자 등골이 서늘한 공포를 느꼈다.

이 부분이다. 꼭 연인이 아니더라도 살다보면 인연의 끈을 놓아야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다랄까 그 심정을 나름 영화관 크레딧 올라갈때의 모습을 통해 잘 보여주는 것같아 마음에 들었다. 아무튼 타임리프 소설인만큼 소설의 몰입도나 흥미도는 대단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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