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2학기 겨울방학동안 한동안 나는 2월 9일에 있을 연극 공연으로 너무 바빴다. 그러던 와중 목사님께 한가지 제안을 받았는데, 바로 '교회도서관을 운영해달라'것이다. 처음엔 왜 나에게 맡기시는 건지 몰라 의아했다.

 

그러던 중 공연은 성공적으로 잘 끝났고 한참 학교 도서관 2층 어문학 자료실에서 근로장학을 하던 중, 집사님들과 목사님들과의 밥약속이 잡혔다. 식사를 하면서 왜 나에게 교회도서관 운영을 맡기게 된건지, 각자 교회도서관에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예산은 얼마정도 있는지 등 각자의 입장과 생각을 들을 수 있게 되었고 생각이 많아지게 되었다.

 

나의 고민거리는 대충 이러했다.

1.부목사님과 담임목사님은 좀 더 연구에 필요한 서적을 읽을 수 있고 교회 구성원들이 신앙서적을 읽고 자신의 신앙심을 좀 더 학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원하셨고, 집사님들같은 어르신들은 그냥 북까페처럼 책도 읽을겸 다과도 먹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교회 도서관을 만드길 원하셨기에 일단 교회도서관의 설립 목적 자체가 불분명하다는 점.

2.신앙도서가 많은 작은 도서관이라는 특성 상 어떤 분류법을 사용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이유는 나의 경우 도서관에서 일하고 봉사하고 배운 경험을 통틀어 대개 한국십진분류법(KDC)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KDC가 아니더라도 DDC까지는 익숙했는데 미국에서 도서관 일을 하셨던 목사님의 경우엔 LCC를 원하시고 입장을 고수하고 계시다는 점이다. 솔직히 신앙도서가 전체도서의 절반 이상인 상황에서 전문도서관에서 주로 쓰인다는 LCC를 사용하는 것이 맞고 좀더 학술적인 연구를 할 때 편한 분류법이긴 하지만 시중에 무료로 나와있는 도서관시스템을 사용해야 하는 입장으로 KDC가 아닌 LCC를 이해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아직까지 찾지 못해 어렵다는 점이다. 게다가 나또한 LCC를 잘 모르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한다.

3.사실 대화를 나누면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점은 집사님들과 교회 어르신들이 솔직히 대학교회 특성상 대학도서관도 가까이 있고 노원구에만 큰 공공 도서관이 6개 이상있기 때문에 굳이 교회에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그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신다는 점이다. 목사님은 미국 유학생활 당시 도서관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오셨던 분이시고 공부를 좋아하셔서인지 교회에서 자신이 느꼈던 그 기분을 교회분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하시는 것 같았다. 이번에 새로 도서관 시스템을 뒤엎는 것도 목사님의 오랜 숙원이라 목사님이 강력하게 밀고 나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어렵게 설득해서 얻은 자리를 내게 주신 거고 그렇게 맡아진 자리인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사실 장학금을 일하는 것에 비해 많이 받지 못한다해도 도서관을 처음부터 새로 구축해보는 게 흔하지 않은 기회인만큼 정말 열심히해서 크게 기대하지 않으셨던 분들도 깜짝 놀랄만큼 잘 구축해보고 싶다.

아..아마 학부생인 나에게 부탁하신 것도 이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목사님께선 전문가가 이 일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신것 같고, 교회 어르신들은 굳이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맡겨야 하는 건지 탐탁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그 타협점으로 나름 문헌정보학과를 전공한 내가 전문가라고 보신 것 같고,,진짜 사서를 고용하는 것만큼 예산 부담이 크지 않으니까. 그리고 어찌보면 학부생인 내게 기회를 주면서 장학금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보신 것 같았다.

 

잘할 수 있을까..?

by 도룡뇽:D 2015. 3. 4. 19:18